축제 뉴스



[오익재칼럼] AI를 잘 쓴다는 것은
吳益才 기자
2026-04-06 19:45
 82
0
1

속도는 수단일 뿐, 핵심은 '재설계'에 있다


AI를 잘 쓴다는 것은 정교한 프롬프트 작성이나 자동화 구현 같은 기능적 숙련을 넘어, 업무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AI 도입으로 업무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분명 가치 있다. 그러나 잘못 설계된 프로 세스를 가속하는 것은 '효율적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에 불과하다. 문제의 원인이 구조에 있다면, 속도를 높이는 것은 오히려 잘못된 방향으로 더 빨리 달려가는 일이 된다.

진정한 재설계란 AI가 처리할 영역과 인간이 판단해야 할 지점을 명확히 구분하고, 그 위에 업무 구조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단순 가속화는 수십 페이지의 계약서를 10초 만에 요약 해 시간을 줄이는 데 그친다. 반면 전략적 재설계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누적된 계약 데이터에서 "왜 특정 부서의 계약에서만 독소 조항이 반복되는가?"라는 패턴을 포착하고, 그 원인이 된 의사결정 방식과 소통 구조 를 뜯어고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AI를 잘 쓴다는 것은 도구의 기능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그 도구로 무엇을 바꿀 것인지를 묻는 데서 시작한다. 속도는 그 물음에 답한 뒤에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현장 경험이 사다리를 놓을 벽을 결정한다


AI는 초보자가 전문가 수준에 빠르게 도달하도록 돕는 강력한 '사다리'다. 그러나 그 사다리를 어느 벽에 기대어 놓을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현장 경험이다.

숙련된 전문가는 AI 결과물 속 미세한 오류를 잡아낼 뿐 아니라, '인간적 판단이 반드시 개입되어야 할 구간'을 정확히 설정할 수 있다. 반면 경험이 부족한 이들은 AI를 통해 숙련도에 빠르게 근접할 수 있지만, 그 결과물의 방향이 옳은지 그른지를 검증할 기반이 없다.

문제는 현장 경험을 쌓는 경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경력의 출발점이 되던 청년 일자리. 즉 기초 코딩, 자료 조사, 초안 작성 등 반복적이고 기초 적인 업무는 AI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따라서 AI 도구에 익숙해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업(業)의 구조를 재구성하는 통찰, 즉 어떤 판단을 사람이 쥐고 있어야 하는지를 아는 능력이 반드시 함께 길러져 야 한다.


전문성의 핵심은 판단과 책임이다


AI의 결과물이 매끄러울수록 우리는 그것을 검토하지 않고 수용하는 '인지적 함정'에 빠지기 쉽다. 결과물이 그럴듯해 보일수록 의심은 줄고, 판단은 흐려진다. 그러나 아무리 정교한 분석도 그 자체로 결정이 될 수는 없다. 최종 판단과 그에 따른 책임 은 오직 인간의 영역이다.

AI가 "현재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인력의 20%를 감축하라"는 보고서를 냈다고 가정해 보자. 데이터상으로는 완벽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결정이 조직의 장기적 신뢰를 어떻게 훼손할지, 남겨진 구성원들의 사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민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경영자의 몫이다. 인지적 함정은 바로 이 지점에서 작동한다. 보고서가 설득력 있을수록, 경영자는 스스로 판단했다는 착각 속에 사실상 AI의 결론을 추인하게 된다.

이 문제는 개인의 주의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책임 있는 판단이 조직 안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AI의 제안을 누가 검증하고, 결과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지는가'를 명시한 공식적인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 체계가 없는 곳에서는 판단의 주체가 흐려지고, 책임은 분산되어 결국 아무도 지지 않게 된다. 전문성이란 AI를 잘 다루는 능력이 아니라, AI가 대신할 수 없는 판단을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에 있다.



질문의 날을 세우는 법


"우리 서비스의 진짜 수요자는 누구인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은 단번에 풀리지 않는다. AI에게 "전략적 소통 자문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을 찾아줘"라고 물으면, "성장이 정체된 기업, 위기관리가 필요한 대기업, 평판 관리가 필요한 경영자"처럼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답이 돌아온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은 날이 무딘 질문이 만들어낸 무딘 답이다.

질문의 날을 세운다는 것은 AI의 답변을 완성된 정답이 아닌 검증해야 할 '가설'로 취급하는 태도에서 시작한다. 가설로 취급한다는 것은 단순히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답변에 숨겨진 전제를 드러내고, 상황적 맥락을 끼워 넣고, 그것이 실제 현장에서 버텨낼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이 과정은 크게 세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다.

첫째, 타겟을 더 좁고 구체적으로 재정의한다. '성장이 정체된 기업'이라는 범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창업자의 철학과 실무진의 속도가 어긋나기 시작한 3년 차 스타트업이 더 시급한 수요자 아닐까? 그들이 외부 자문 대신 내부 회의만 반복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파고드는 것이다.

둘째, 거절의 이유를 먼저 상상한다. "이 타겟에게 제안했을 때 거절당한다면, 그것은 비용 때문일까, 아니면 소통 문제를 자문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불신 때문일까?" 반론을 미리 설계하는 질문은 제안의 빈틈을 드러낸다.

셋째, 고객이 말하지 않는 욕구를 건드린다. 경영자들이 겉으로는 '위기관리'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내 진심을 직원들이 몰라주는 서운함'을 해소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자문의 핵심을 '시스템'이 아닌 '마음의 연결'로 재정의한다면, 타겟과 메시지 모두가 달라진다.

무딘 질문은 범주를 확인하고, 날카로운 질문은 균열을 만든다. AI는 이 훈련의 훌륭한 상대다. 중요한 것은 AI가 내놓는 답의 품질이 아니라, 그 답을 어떻게 부수고 다시 세우느냐에 달려 있다.



AI를 진정으로 잘 쓴다는 것은?


AI를 잘 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기능적 숙련도에 있지 않다. 같은 도구를 손에 쥐고도 누군가는 일의 구조를 새롭게 짜고, 누군가는 익숙한 방식을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되풀이하는 데 그친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세 가지 능력의 결합이다. AI의 답변을 완성된 결론이 아닌 검증해야 할 가설로 받아들이며 질문을 멈추지 않고 파고드는 것, 속도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구조의 재설계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AI가 끝내 대신할 수 없는 판단을 자신의 몫으로 끌어안는 것. 이 세 가지는 각각 독립된 역량이 아니다. 하나가 무너지면 나머지도 함께 흔들리는, 서로를 지탱하는 구조다.

AI 시대에 전문가로 선다는 것은 도구를 능숙하게 부리는 것이 아니라, 도구가 끝내 닿지 못하는 영역을 끝까지 사수하는 것이다. 질문하고, 재설계하고, 책임지는 것. 그것이 AI를 진정으로 잘 쓰는 일이며, 동시에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일의 주인으로 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댓글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